▣ 등대_구명숙 (가경동)
고향을 지키는 늙은 엄마처럼
자식을 향해 자신을 던져
삶의 이유를 찾아 나서는
바다를 달래는 자장가로
졸린 눈 깜빡이며 서성이다가
밤길을 등 밝히고 마중하신다
길 잃고서야 더욱 보고픈
어두워서야 더욱 그리운 품
물을 찾는 뱃고동 소리 서럽다
아이야 이리 오렴, 어서 오렴
등 굽은 어머니 꼿꼿이 서서
밤낮없이 항구에 붙잡혀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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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다시 _ 이창익 (봉명동)
잠시 그대를 떠나렵니다
기약은 없어도
때가 올 것을 믿기에
차고 넘치는 마음은
주머니 속 깊숙이 넣어
험난한 그 길을
걸으렵니다
움츠린 마음은
과거의 굴레에서 벗어 버리고
붉게 지는 노을에
드리운 그리움
이제 다시금 바라는 것은
내 피가 아직 마르지 않으니
잔인한 이별은 아니었노라 위로하며
완전해질 그날을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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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심천 날으는 잠자리_안승봉 (가경동)
맑은 하늘 아래 도심을 동서로 가로지르며
마음을 비운채 유유히 흐르는 무심천
오랜 기간의 수중생활을 끝내고
바위와 수초 사이 사이로 올라와
은둔을 걷어내며 비상을 재촉하는 애잠자리
떼지어 나는 푸른 하늘은 높아만 보이고
그 밑을 흐르는 물도 깨끗하네
밝아오는 태양빛으로 몸매을 단장한 잠자리
오늘도 내일도 창공을 날며 여정을 이어가네
해질녘 드넓게 퍼지는 노을 배경에
조형물 사이와 강둑을 넘나들며
빌딩숲을 오가는 잠자리의 너울은
한폭의 그림처럼 노을을 수놓는다
둥그런 시야로 푸른 하늘과 자연
그리고 도심을 만끽하며
오늘도 즐겁게 날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