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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월호 마음의 감사장
마음의 감사장
이재석(분평동)
퇴근길 버스에서 나는 아내에게 문자를 보내고 하차했다. 횡단보도 앞에 섰는데 주머니가 허전하다. “어, 내 휴대폰! 어떡하지?”저만치 멀어지는 버스를 보고 뛰어가다가 나는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가까운 약국에서 전화기를 빌려 아내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철두철미, 완벽주의자라고 생각한 나 자신이 이렇게 난감한 실수를 한 것이 믿기지 않았다. 일단 아내를 만나 택시를 탔다. “기사님, 412번 버스를 추격해 주세요.” 마음은 급한데 택시는 거북이처럼 가는 것 같았다.
“기사님, 좀 더 빨리 가주세요.” “설레발치지 말고, 가만히 좀 있어요.” 아내가 옆에서 핀잔을 주었다.
얼마 전 아내를 졸라 5년간 사용한 구식 휴대폰을 대신해 최신 휴대폰으로 교체했다. 휴대폰에는 금융, 회사와 지인 정보가 가득 들어있다. ‘휴대폰을 습득한 사람이 나쁜 마음을 먹으면 어떡하지?’ 눈앞이 깜깜하다.
설상가상으로 미평 사거리에서 덤프트럭 교통사고까지 났다. 한참 정체가 됐다. 시간은 급한데 몇 분이 몇 시간 같았다. 그때 아내에게 전화 한 통이 왔다. “OO교통 분실물 센터입니다. 고객님의 분실물은 412번 기사님이 소중히 보관 중입니다.
10분 후 척산 삼거리를 경유할 예정입니다.” “야-호, 아가씨 고맙습니다!” 아내는 ‘청주시 버스정보시스템’에 접속해서 분실물 찾기를 검색, 차량번호로 추적을 부탁한 것이다. 우리 부부는 척산 삼거리에서 412번 버스를 기다리며 서 있었다.
“412번 버스가 온다.” 그때처럼 버스가 반가운 것은 처음이었다. “본인 휴대폰 확인해 보세요.” 기사님이 빙그레 웃었다.
우리 부부는 하차하면서 다시 정중하게 감사 인사를 했다. “기사님, 바쁘신데 이렇게 신경 써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기사님은 “저는 당연히 제가 할 일을 한 것뿐입니다.”라고 말했다. 다음 날, 음료수를 한 박스 사서 412번 버스에 승차했다. 그러나 노란머리를 한 그 기사님이 아니었다. 그 후에도 412번 고마운 기사님은 만날 수 없었다. 412번 버스도 한 대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버스 기사님들은 시간에 쫓겨 식사도 편하게 못하고, 운행 중 화장실 가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물도 조금만 마신다. 늘 부족한 잠 때문에 피곤하고, 요즘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운전하기 때문에 피로도가 높다는 뉴스 기사를 들었다.“청주 시내버스 412번 기사님, 저희 부부는 지금도 그때 일을 잊지 못 하고 있습니다. 땀 흘리며 오늘도 수고하시는 노란머리의 선글라스 기사님, 그리고 청주 모든 운전기사님에게 자신의 책무에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에게만 수여하는 마음의 감사장을 드립니다.”
버스나 택시를 이용하다가 물건을 잃어버렸을 때!
청주시 교통분실물 신고센터
청주시 홈페이지→알림창
문의: 청주시 365민원콜센터 ☏043)201-0001
제11월호 말 한마디의 무게
말 한마디의 무게
이동현(내덕동)
코로나가 크게 번지기 전이었던 올해 3월께였다.
고교 동창 친구들 대여섯 명 만났는데 한 놈이 갑자기 옆의 다른 친구에게 하는 첫마디가 “야! 너 그동안 많이 늙었구나.”였다. 순간 그 말을들은 친구가 “그래 인마, 나 늙은이 다 됐다. 보태준 거 있냐?”라며 웃어넘겼지만 이 친구 표정은 그렇게 말을 한 놈의 뒤통수를 한 대 갈겨주고 싶은 그런 거였다.
사실 친구 녀석이 나쁜 마음을 먹고 일부러 그런 게 아니기에 그냥 웃고 말았지만 일상생활에서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대화 중에 기분을 상하게하는 말들이 적잖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오랜만에 전화 통화하면서 “야! 너희 아파트값 많이 떨어졌다며?”, 초대받아 간 돌 잔칫집에서 아기를 보며 “아이 눈이 좀 작네” 차 타고 동행하면서 차 주인에게 “차 소음이 좀 심하네” 집들이에 초대받아 간 자리에서 “집 구조가 좀 작아 보이네” 또는 “집이 좀 어둡네” 등 이 모든 말들이 사실이라 해도 듣는 상대방 기분 좋을 리 만무다. 기분만 불쾌하게 만드는 것이다.
친구는 늙어 보인다는 말을 농담으로 했지만 만약 그 말을 들은 친구가 병치레라도 한 뒤에 간신히 회복 중이었다면 정말 친구의 뺨따귀 한 대 날렸을지 모른다. 상대방에게 기분 좋은 많은 말 놔두고 기분 언짢게 하는 말도 은근히 스트레스를 줄 수 있기에 기분 좋은 말을 해 주는 센스도 필요하다. 한 교도소에서 사형수가 사형 언도를 받고 다음 날 머리가 백발이 되어
있었다는 해외토픽을 본 일이 있다. 죽음이 코앞에 닥쳤다는 일생 최대의 충격이 그의 노화를 충격적으로 촉진시킨 것이다.
‘일소일소 일로일로’ 라는 옛말이 정말 거짓이 아니다. 근심 걱정을 끼고 살면서 젊어질 수는 없는 일이고 보면, 우리가 말 한마디로 상대방의 젊음을 순간적으로 깎아먹게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자. 몸으로 무엇을 먹느냐보다 마음으로 무엇을 먹느냐가 중요한 것처럼 내가 누구에게 마음으로 젊게 해주지는 못할망정 말로써 늙음을 초래하게는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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