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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호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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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글 # # # #
제3 월호 나는 59세 고등학생이다!
나는 59세 고등학생이다!
나는 59세 고등학생이다!
이화옥(금천동)
어린 시절 수동 산 4번지 주성중학교 강당 뒤에 살았다.
내가 11살, 여동생 8살, 남동생 5살, 막내 여동생 3살일 때 엄마는 우리를 떠났다. 엄마 없는 하늘 아래 우리 남매는 연탄불에 수제비를 끓여 끼니를 때웠다. 도시락을 싸갈 수 없고 준비물도 매일 가지고 갈 수 없었다.
어린 동생들을 두고 학교를 제대로 다닐 수 없었고, 그만두게 됐다.
식모살이, 방직 공장을 다니며 아버지를 도왔고 25세에 결혼 후 1남 2녀를 낳았다.
남편은 사업을 실패했고, 직장암 투병을 해야 했기에 나는 아들을 업고 사업을 했다.
단 하루도 열심히 살지 않은 날이 없었다.
등에 업고 다녔던 아들은 태권도 사범이 됐고, 두 딸은 간호사로 일하고 있다.
나는 직장에 20년째 다니고 있다.
삶이 조금은 안정돼 갈 때쯤 나를 위한 삶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못 해본 공부를 다시 하고 싶었다.
직장을 다니면서 2001년도에 검정고시로 초등학교, 중학교를 졸업했다.
고등학교를 가고 싶었지만, 엄두가 나지 않았다. 우연히 미용실 하는 동생에게서 예일미용고등학교 성인 야간반 2년 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을 마치고 오후 7시에 학교를 가는 길에 감사의 눈물이 났다.
동생들을 업고 교동초등학교로 걸어 다니던 길을 지날 때면 더 마음이 벅차다.
딸과 사위의 축하를 받으며 나는 고등학생으로의 삶을 살고 있다. 공부하고 싶었던 나의 꿈을 이뤘다.
나는 앞으로 일도 열심히 할 것이고, 대학도 도전할 것이다.
친정엄마
친정엄마
윤정례(성화동)
엉겅퀴 같은 손 여기저기
테이프 감긴 손마디로
우리 엄마 명절 기다린다
자식들 오면 바리바리
보따리 싸기 바쁘시다
철없던 딸은 엄마
속 썩인 게 갑자기 떠올라
굽은 엄마 등 살며시
감싸 안아본다
눈물은 가슴을 타고 내리고
헉 숨이 막혀
뜨거운 피가 고인다
구름을 따라가며
엄마 엄마아 불러 본다
제3 월호 육거리 시장에서 만난 할머니
육거리 시장에서 만난 할머니
육거리 시장에서 만난 할머니
유은규(서운동)
장바구니를 들고 육거리 시장으로 나섰다. 겨울바람이 매섭다. 횡단보도를 오가는 사람들은 종종걸음이다.
시장 안으로 들어가니 노점상을 하는 할머니가 한데서 라면으로 점심 끼니를 때우고 계시다. 시장에 갈 때마다 자주 보는 할머니 시다.
“에효, 날씨도 추운데……. 많이 파셨어요, 할머니?”
먼저 건네는 인사에 “뭔 사람여? 겁난다 겁나. 사람이 움써, 사람이”라는 즉답이 돌아왔다.
“많이 파셔야 하는데. 왜 사람들이 없을까요? 다들 마트로 가나 봐요?”
“그랑께. 그런 데가 더 편하고 좋으니께. 못 말리지 뭐. 우리는 장사도 안 되고…….”
길을 걷는 행인들은 대부분 가격을 묻고는 야속하게도 그냥 지나친다. 좀 사주면 좋으련만, 값을 묻고 몇 번을 망설이다 돌아서는 그들의 주머니 사정도 여의치 않은 모양이다.
이곳에 한참을 머물다 보니 서민들 삶이 얼마나 팍팍한지 알 것도 같다.
나는 두부 두 모와, 할머니가 직접 띄워 만들었다는 청국장과 도토리묵 한 덩어리씩 사 들고 그 앞에 쭈그리고 앉았다. “이거 정말 싱싱혀, 삶아 놓으면 농글농글하니 맛이 기맥혀. 먹어봐.”
할머니가 괴산에서 온 대학 찰옥수수라며 권한다.
요즘은 옥수수도 냉동으로 놔뒀다가 한겨울에 이렇게 먹을 수 있으니 좋다.
할머니는 ‘후루룩’ 라면을 드시면서도 연신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이런저런 ‘호객’ 영업을 하시느라 여념이 없다.
그러는 와중에도 정신없이 라면을 드시는 할머니 손을 봤더니… 손톱이 닳고 닳아 뭉개지고 손등은 트고 갈라졌다.
마음이 짠하다.
할머니는 아들이 직장이 없다고 며느리가 집을 나가는 바람에 손자 녀석들까지 떠맡게 됐다며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그게 다 당신의 죄라며…
“추운데 건강 잃지 않도록 끼니 거르지 말고 잘 드셔요”라는 인사와 함께 할머니로부터 산 두부와 청국장, 옥수수를 싸 들고 돌아섰다.
순간 콧잔등에 쌩하고 다가서는 매서운 칼바람이 할머니 얼굴마저 할퀼까 봐 얼마나 야속하던지…….
제3 월호 이달의 ‘바꿔 쓰면 좋은 말’
이달의 ‘바꿔 쓰면 좋은 말’
이달의 ‘바꿔 쓰면 좋은 말’
시민이 바꾸다! 성불평등 용어를 성평등 언어로!
성차별 언어 바지사장
성평등 언어 명의사장
시민 제안 이유 사장이 남성일 것이라는 편견이 존재함
*청주시는 지난해 성불평등하고 부적절한 언어를 성평등·존중 언어로 바꿔 사용하기 위해 시민 제안으로 평등 언어를 선정했습니다.
청주시민신문은 무심코 사용하는 언어로 누군가 상처받지 않도록 ‘시민이 직접 바꾼 성평등 언어’를 매달 연속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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