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59세 고등학생이다!
이화옥(금천동)
어린 시절 수동 산 4번지 주성중학교 강당 뒤에 살았다.
내가 11살, 여동생 8살, 남동생 5살, 막내 여동생 3살일 때 엄마는 우리를 떠났다. 엄마 없는 하늘 아래 우리 남매는 연탄불에 수제비를 끓여 끼니를 때웠다. 도시락을 싸갈 수 없고 준비물도 매일 가지고 갈 수 없었다.
어린 동생들을 두고 학교를 제대로 다닐 수 없었고, 그만두게 됐다.
식모살이, 방직 공장을 다니며 아버지를 도왔고 25세에 결혼 후 1남 2녀를 낳았다.
남편은 사업을 실패했고, 직장암 투병을 해야 했기에 나는 아들을 업고 사업을 했다.
단 하루도 열심히 살지 않은 날이 없었다.
등에 업고 다녔던 아들은 태권도 사범이 됐고, 두 딸은 간호사로 일하고 있다.
나는 직장에 20년째 다니고 있다.
삶이 조금은 안정돼 갈 때쯤 나를 위한 삶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못 해본 공부를 다시 하고 싶었다.
직장을 다니면서 2001년도에 검정고시로 초등학교, 중학교를 졸업했다.
고등학교를 가고 싶었지만, 엄두가 나지 않았다. 우연히 미용실 하는 동생에게서 예일미용고등학교 성인 야간반 2년 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을 마치고 오후 7시에 학교를 가는 길에 감사의 눈물이 났다.
동생들을 업고 교동초등학교로 걸어 다니던 길을 지날 때면 더 마음이 벅차다.
딸과 사위의 축하를 받으며 나는 고등학생으로의 삶을 살고 있다. 공부하고 싶었던 나의 꿈을 이뤘다.
나는 앞으로 일도 열심히 할 것이고, 대학도 도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