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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 월호 버스를 타며 느낀 가슴 벅찬 감동
버스를 타며 느낀 가슴 벅찬 감동
박준화(흥덕구 복대2동)
2017년 불의의 사고로 남편은 뇌출혈로 인한 장애인이 되었다. 병원과 집에서의 꾸준한 재활치료로 인하여 어느 정도의 증세가 완화되었다. 아직도 오른손은 마비로 인한 사용불능 상태이고 발가락은 오그라들어 발톱은 다 빠지고 그나마 지팡이를 의지하여 약간의 걸음을 걷는 상태까지 호전되었다.
가끔 집안에서 허공만 바라보고 있는 남편이 안타까워 집 밖으로 외출이라도 하려면 장애인이 비장애인처럼 쉽거나 용이 하지가 않다. 옷 입는 것부터 신발 신는 것도 힘겹다. 내가 사는 집이 단독 주택인 만큼 계단을 내려와야 하고 심지어는 대문 문턱을 넘어가는 것조차 힘겨운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길가에 나오면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떠드는 소리와 가끔 마주치는 아는 지인들의 격려 말씀 등을 듣고 있노라면 행복한 미소가 남편의 얼굴에 완연한 햇살처럼 빛난다.
모처럼 사람 냄새가 흠뻑 나는 육거리 시장 구경을 가보자는 남편의 말에 택시를 기다렸다. 항상 그렇게 많이 다니던 택시도 타려면 신기하리만치 오지 않았다.
한참을 기다리다 남편이 버스를 한번 타 보자고 한다. 이내 버스가 왔다. 나는 손을 들고 먼발치에 서 있던 남편이 부지런히 오려고 안간힘을 썼다. 버스 기사님이 보셨는지 내가 부축하고 있는 남편이 버스에 오를 때까지 한참을 기다려 주셨다.
그리고 앉을 자리가 없자 대다수의 버스 승객들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웃으면서 자리를 양보해 주셨고 버스는 이내 출발 하였다.
나는 억만금을 주어도 이런 행복한 기분은 못 느낄 것이다. 가슴 밑바닥부터 복받쳐 올라오는 이 가슴 벅찬 희열과 감동은 그 어떤 말로도 형언할 수가 없다.
얼마 전 발 보조기가 불편해 체육관 앞에 보조기 상사를 갔을 때도 버스를 탔다. 그날도 먼발치에 서 있는 남편을 보고 버스 기사님께서 위험하니 그냥 그 자리에 서 있고 오지 말라고 하신다. 그리고는 버스가 남편 있는 곳까지 1m 정도를 앞으로 와서 버스에 올라 탈 때까지 한참을 정차 해 주셨다.
버스를 탈 때 웃으면서 긴 시간을 기다려주신 버스 기사님과 자리를 흔쾌히 양보해 주시는 이름 모를 시민 분들께 두 손을 모아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감사합니다. 시민 여러분! 당신들의 얼굴은 기억을 못 해도 제가 사는 동안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입니다.”
제6 월호 안녕, 인사합시다
안녕, 인사합시다
이현선(서원구 성화동)
낮이고 밤이고 북적거리는 서울에서 40년을 넘게 살고 이제 청주에 정착한 지 두 달이 되었다. 열 살 쌍둥이 아이들의 전학과 이사 준비로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한가로운 커피를 즐기던 나는 문득 서울과 다른 점 때문에 놀랐던 이삿날이 생각이 났다.
서울의 아침은 고작 9km인 직장까지 1시간 20분의 차량 이동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른 시간부터 빠른 준비가 필요했다. 이때 나 같은 직장인 엄마들은 학교 정문 앞까지 아이의 가방과 준비물을 핸드백과 함께 얽혀 맨 채 걷는 듯 뛰는 듯 등교를 함께한다.
나는 늘 그렇듯 아이의 등교를 위해 엘리베이터를 기다린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닫히고, 꽉 찬 하루처럼 느껴지는 엘리베이터는 적막하고 가끔은 서로 등을 돌린 채 부딪히는 아이의 짜증을 받아내며 내려간다.
18년의 서울 직장생활 동안, 10살이 되는 아이들의 10년의 아침 등원, 등교의 시간동안 같은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는 이웃의, 앞집에 사는 이웃의 얼굴을, 표정을, 나이를 모르고 간단한 인사를 한 적이 없다.
그리고 청주에 왔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이사 오시나 봐요.”
“안녕하세요? 아이가 쌍둥이인가요?”
집으로 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무려 3번의 인사를 받았다. 어른 남자와, 비슷한 또래의 아주머니와 그리고 귀여운 남자아이에게까지. 바쁜 내 마음과 어색한 인사에 하는 둥 마는 둥 한 나의 대답이 미안함으로 느껴질 정도의 밝고 힘찬 인사였다.
그 후로 지금까지 두 달 동안 인사는 늘 주고받는다. 심지어 아파트를 들어가는 주차장 인근에서도 처음 보는 아이에게 인사를 받았다. 우리 가족은 이제 엘리베이터에서 인사를 한다. 어색한 인사를 두 달 동안 해오니 제법 동네 어느 아이에게 배운 말투와 표정을 따라 하고 있다.
“안녕하세요?”
청주에서 나는 그렇게 인사를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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