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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여유 | 청주人 #
제9 월호 ‘청주신선주’ 박준미 대한민국식품명인
‘청주신선주’ 박준미 대한민국식품명인
‘청주신선주’ 박준미 대한민국식품명인
"젊은 세대가
우리 술에 관심 갖는 기반 만들 것"
충북무형문화재 제4호 신선주 이수자 지정
충북 최초 주류분야 대한민국식품명인 지정
지역 농산물 활용한 ‘청주 대표’ 술·음식 개발
2023비엔날레 만찬 준비·신선주 대중화 추진
“청주하면 바로 떠올릴 수 있는 술·음식 있어야”
<500년 훌쩍 넘은 역사 담긴 신선주>
“청주신선주가 500년 이어져 왔다면 이젠 1000년의 술로 만들어야죠.”
박준미 대한민국식품명인은 과거와 미래를 잇는 ‘현재’의 연결고리다. 박준미 명인이 이어가고자 하는 것은 ‘신선주’로 대표되는 우리의 술이다. 박준미 명인은 부친 박남희 선생으로부터 신선주 비법을 전수받았다.
신선주의 시작은 500년 이상을 거슬러 올라간다. 신선주는 지난 1449년(추정) 충청도도사(忠淸道都司)를 지낸 함양박씨 12세 박숭탕 선조로부터 술 빚는 비법이 전래됐다. 신선주라는 이름은 신라시대 최치원 선생이 미원면 계원리 마을 앞의 신선봉에 정자 후운정을 짓고 친구들과 마셨다는 대서 유래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함양박씨 종가집의 가양주(家釀酒)로 전수된 신선주를 빚는 비법은 박준미 명인의 고조부인 현암 박래순 선생이 ‘현암시문합집’으로 남겼다. 박준미 명인은 부친 박남희 선생으로부터 비법을 전수한 함양박씨 30세, 신선주 19대 전수자다. 박남희 선생은 1994년 충북무형문화재 제4호 신선주 기능보유자로 지정됐고, 박준미 명인은 2015년 충북무형문화재 제4호 신선주 이수자로 지정됐다.
박준미 명인은 부친의 당부를 따라 신선주 비법을 이어가고 있다. 박남희 선생은 2남7녀 중 여섯째인 박준미 명인에게 “꼭 신선주 비법을 전수해달라. 믿는다”는 유지를 남겼다.
박준미 명인은 그 길로 인테리어, 건축디자인 업을 접고 신선주에 몰두했다. 어려서부터 부친의 일을 도왔던 경험은 큰 자산이 됐다. 박남희 선생은 박준미 명인에게 많은 유산은 남기지 못했지만, ‘신선주 비법’과 함께 ‘뚝심’을 물려줬다.
<충북 최초 주류분야 대한민국식품명인 지정>
박준미 명인은 2015년 신선주 연구소의 시작과 함께 청주 신선주 보존회, 한국식문화발효교육원을 설립했다. 2018년 농업회사법인 ㈜신선을 설립하고, 2019년엔 신선주 탁주, 약주, 일반증류주 제조면허증을 발급받아 양조를 시작했다. 박준미 명인이 빚는 신선주는 ‘청주신선주’라는 이름으로 상품화하여 ‘청주’를 대표하는 ‘신선주’로 탄생했다.
그 후 박준미 명인은 2020년 주류분야에서 충북 도내 처음으로 대한민국식품명인(제88호)으로 지정됐다.
신선주는 우리땅에서 난 열 가지 이상의 생약재와 누룩, 쌀, 물로 빚는다. 500여년 전 1대 박숭탕 선조와 현재의 19대 박준미 명인이 신선주를 빚는 방식은 같다.
술 빚기의 기본은 ‘백세’다. 말 그대로 쌀을 백 번 씻을 정도로 맑고 깨끗해야 한다는 의미다. 박준미 명인은 지금도 손으로 직접 쌀을 씻는다. 누룩은 첨가물을 일절 사용하지
않고 띄운다. 박준미 명인이 띄우는 누룩은 자연의 향기를 품는다. 자연과 야생을 떠돌아다니는 솔나무와 꽃향이 바람을 타고 누룩에 내려앉는다. 박준미 명인의 신선주에서 은은한 솔향과 꽃향이 나는 이유다.
박준미 명인이 빚는 신선주는 △신선주 42(42도) △신선주 약주(16도) △신선주 탁주(12도) 등이다.
술품질인증 ‘나’형 지정을 받는 신선주 42는 2022년 제1회 우리술어워즈에서 증류주 부문 대상을 받은 바 있다. 신선주 약주는 2021 우리술품평회 우수상, 2022 대한민국주류대상 대상을 수상했다.
박준미 명인은 “아버지 돌아가시기 전까지만 도와드릴 생각이었는데, 돌아가시기 직전에 ‘전수해달라’고 하시니 안 할 수가 없었다”며 “‘아버지께서 돌아가시면 신선주도 역사 속에만 남겠구나. 끝이겠구나’ 생각이 들어 멈출 수가 없었다. 그 뒤로 계속 술을 빚으며 꼭 우리 지역의 역사와 문화적 가치인 신선주를 이어나가 지역 명주로 만들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지역과 상생하는 우리 술·음식>
선주를 대중에 널리 알리는 것 또한 박준미 명인의 숙제다.
박준미 명인은 가격적인 면에서 부담을 덜 수 있는 ‘신선주 라이트(light)’를 개발했다. 신선주 라이트는 △신선주 light(32도) △신선주 약주 light(13.5도) △신선주 탁주 light(8도) 등이다.
여기에다 일반 소매점과 식당 등에 납품을 위한 저도수 증류주 ‘신의 한술(22도)’, 지역 농산물로 만든 과일 키트에 신선담금주를 직접 넣어 만들어 먹는 ‘신선 담금주 키트(30도)’도 개발했다.
박준미 명인은 신선주를 통한 우리 술의 세계화를 차근차근 추진하고 있다.
‘신선주 칵테일’이 그 하나다. 박준미 명인은 ‘2023 청주공예비엔날레’의 환영만찬 준비와 진행을 맡았다. 8월 31일 예정된 오프닝행사에선 신선주로 우리술 칵테일을 선보일 계획이다. 신선주 칵테일과 함께 곁들일 다과는 우리 지역 농산물로 준비할 생각이다.
박준미 명인은 앞서 제9회 유네스코 직지상 시상식 만찬,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대통령 환담회 등의 굵직한 케이터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장본인이다. ‘2023 청주공예비엔날레’에서 또 한 번 실력발휘에 나서는 셈이다.
박준미 명인은 신선주의 다변화와 함께 술과 곁들일 디저트 개발에도 ‘진심’이다. 첨가물이 없는 우리 막걸리로 발효시킨 ‘청주술빵’을 개발했다. 청주고인쇄박물관과 청주시농업기술센터에서의 우리 술·빵 교육은 늘 문전성시다.
또한 코레일과 함께 옥화구곡 관광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관광도시락개발과 마을 청년 농업인들과 함께 협업해 관광지를 활성화하고 농민들의 실질적인 수입구조 개선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등 농촌 경제를 활성하고 있다.
<신선주 대중화·세계화 노력>
박준미 명인은 “술이 있으면 음식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음식 연구를 하고 있다”며 “청주 지역을 떠올리면 바로 떠올릴 수 있는 술과 음식 한 가지 정도는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신선주와 청주관광상품으로 개발중인 청주술빵, 청주모주 등은 우리 지역에서 나는 농산물로 만들기 때문에 지역 농업인과 상생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며 “쿠키 하나를 만들더라도 우리 술을 빚고 나온 지게미를 활용한 업사이클링된 디저트를 만들고, 재료들은 문의면 지역에서 생산된 딸기를 쓰고, 사과는 미원면의 것을 쓰는 등 지역 농산물을 사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준미 명인은 청주시 농업회사법인 ㈜신선 건물의 한옥 리모델링·증축을 추진 중이다. 증축한 건물엔 전통 식문화체험관도 마련해 ‘청주의 명소’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박준미 명인이 그리는 ‘청주의 명소’는 과거와 미래를 잇는 공간으로서 우리 지역 명소인 상당산성과의 연계 역할도 톡톡히 할 것으로 보인다.
박준미 명인은 “저 마저도 하지 않으면 옛날 우리 전통·선조들과 다음 세대의 연결이 없어질 수 있다는 걱정이 든다”며 “우리나라 어느 곳을 가건 우리 술을 찾아 마실 수 있게, 젊은 사람들이 우리 술 문화에 관심을 갖고 좋을 술을 마실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는 게 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전통은 우리 곁에 있어야 비로소 인정받는다. 그래서 정체성은 지키되 전통에서 깨고 나와 세대를 어울러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나가고싶다”고 전했다.
이어 “역사와 전통적 가치를 인정받은 문화유산에 대해서는 계승·발전시킬 필요가 있다”며 “‘새로운 문화적 가치’를 발견하는 것 못지않게, 발견한 문화적 가치를 잃지 않고 후대에 전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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