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농업의 미래 애쁘르팜 윤보근·정은혜 부부 대표
사과향 달콤한 산골짜기에서
농촌 체험 즐겨요
미원면서 사과·비트 재배하며 가공품 생산
계절별 농산물 수확·요리 체험도 가능
“농촌·자연 주제로 ‘치유 공간’ 만들 것”
<‘사과향’나는 9월 중순 수확>
“사과밭에 들어갔을 때 사과향이 나는 날, 그날 수확을 시작해요”
농사를 지어 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낭만적인 표현이다.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 산골짜기 4천 평의 과수원에서 하루가 다르게 영글어가는 사과는 9월 중순이면 진한 사과향을 내뿜기 시작한다. 추석을 앞둔 시점, 수확하기 딱 좋은 시간이다.
애쁘르팜의 윤보근·정은혜 서른세 살 동갑부부 대표는 달콤한 아리수 사과향에 둘러싸여 2~3일간 한 해 농사의 결실을 맛본다.
‘사과향이 나면 수확을 한다’는 건 윤보근 대표가 경험으로 익힌 노하우다. 미원면이 고향인 윤보근 대표는 한국농수산대학교 과수학과에서 사과 농사 기술을 배웠다. 미원면에서 사과 농사를 짓는 부모님으로부터 전수받은 기술 또한 다양하다.
정은혜 대표는 초등학생 시절 귀농한 부모님과 함께 미원면에 정착했다. 정은혜 대표의 부모님은 당시로선 생소한 비트와 브로콜리, 컬리플라워 등을 재배했다.
정은혜 대표는 “부모님께선 ‘귀농의 모범’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귀농 후 정말 열심히 일하셨다”며 “주말마다 농사를 도왔는데, 삶의 큰 도움이 됐다. ‘난 어디 내놔도 자신 있다. 살아갈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동창인 윤보근·정은혜 부부는 스물네 살 되던 해인 2014년 결혼했고, 그 다음해부터 ‘부부청년농업인’의 길에 들어섰다.
양가 부모님의 농사를 돕던 윤보근·정은혜 부부는 2016년 독립, 사과와 비트 농사를 계속했다. ‘애쁘르팜’의 시작이다. 애쁘르팜은 사과농장이라는 의미의 ‘애플팜(apple farm)’을 젊은 느낌으로 풀어 읽은 것이다. 여기에 ‘사랑(애: 愛)’와 ‘예쁘다’는 의미를 더했다.
<선택과 집중으로 기상이변 극복>
어려서부터 농사에 잔뼈가 굵은 윤보근·정은혜 부부지만, 날로 악화하는 기상이변을 당해낼 도리가 없었다. 2천 평으로 시작해 1만 평까지 늘린 사과 농장을 다 관리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냉해를 입어 수확량은 반토막으로 줄고, 모양이 예쁘지 않아 판매용으로 적합하지 않은 비품 과실이 쏟아져나왔다. 비품 과실을 헐값에 넘기기엔 마음이 좋지 않았다.
윤보근·정은혜 부부는 선택과 집중을 통한 전환을 꾀했다.
사과는 상품성이 좋은 ‘아리수’ 품종 4천 평만 남기고 다른 품종은 정리했다.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비품 농산물을 활용한 가공품을 생산했다. 사과·비트로 만든 저온착즙주스 ‘너 하나면 돼 비트사과’와 비트를 건조해 만든 ‘너 하나면 돼 레드비트차’가 그 것이다.
<계절별 체험농장 운영으로 돌파구 마련>
2년전부턴 체험농장 사업을 통해 농산물·가공품 판매 못지 않은 수익을 내고 있다. 애쁘르팜 체험농장은 계절별로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비트 수확은 물론 고구마, 방울토마토, 감자, 배추 수확 체험도 가능하다. 자연과 함께하는 메리골드 꽃을 활용한 염색 체험, 솔방울 가랜드 만들기, 다육이 심기, 꽃바구니 만들기, 압화공예를 즐길 수 있다. 사과와 비트를 활용한 요리 체험도 할 수 있다. 사과와 비트를 넣은 초콜릿, 동치미를 만들거나 청 담그기, 티백차 만들기, 쌀강정 만들기 등 다양한 요리와 프로그램이 준비됐다. 또한 성인을 위한 수제 양갱, 쌀강정 선물을 만들 수 있는 사계절양갱 원데이 클래스도 준비 되어있다. 개인이나 단체 모두 100%예약제로 운영되고 있다. 애쁘르팜 체험과 제품 주문과 관련해선 전화(010-6431-6021)로 문의하거나 홈페이지(www.애쁘르팜.com)를 참고하면 된다.
정은혜 대표는 “농장 규모를 줄인만큼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했다. 젊은 농업인이 농촌에서 할 수 있는 게 무엇인가 고민하다가 체험농장을 시작하게 됐다”며 “대부분의 농촌 체험은 ‘수확’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애쁘르팜은 농촌에서 나는 모든 것을 이용해서 할 수 있는 체험은 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보근·정은혜 대표는 지역 청년농업인과의 협업을 통해 ‘힐링 농촌체험’의 규모를 키운다는 계획이다. 사과와 비트 등 농산물을 넘어 ‘농촌’과 ‘자연’을 주제로 한 치유 공간을 마련한다는 포부다.
정은혜 대표는 “단순 농촌 체험이 아니라 힐링을 더한 ‘치유 공간’을 만드는 게 목표”라며 “‘사과 따기 체험하러 가는 농촌’이 아니라 ‘쉬러 간 김에 체험도 할 수 있는 농촌’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농촌은 희망이다. 농촌을 같이 지켜 나갈 청년 농업인이 필요하다”며 “관계기관은 신규 농업인 지원뿐만 아니라 현재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청년 농업인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농촌에서 안정적이고 성공적인 정착을 도우며 또한 ‘롤 모델’을 만들어 신규 청년 농업인 발굴과 정착을 함께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