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
산행코스 약 2시간 소요 마을 앞 소나무-10분→메워진보-30분→가마터-15분→능선-15분→정상-40분→돌밭골
좌구산은 좌구산(坐狗山)으로 기록되어 있기도 한데, 산 이름에는 전해오는 이야기가 있다.
임진왜란 때 이서개라는 경상도 학자가 제자들을 데리고 피난길에 올랐다. 미원을 지나며 북쪽으로 향하는데, 큰 산 아래 이르러 점심때가 되어 자리를 잡았다. 이서개는 풍수지리에도 조예가 있었는데, 잠시 주위를 둘러보고는 앞에 보이는 큰 산이 개가 않고 짖고 있는 형세임을 간파하였다. 개가 짖는 형세는 침입자가 있음이라고 알리는 것으로 파악하고 이서개는 사람들에게 급히 짐을 챙기도록 하였는데, 몇몇 사람들이 말을 듣지 않았다. 이서개는 따르는 일행을 이끌고 먼저 자리를 피하였는데 곧 이어 왜군들이 들이닥쳤고 남아 있던 사람들이 화를 당하고 말았다. 그 후로 사람들은 이 산을 좌구산(座狗山)이라고 불렀고, 산이 주변 부락의 안위와 평화를 지켜준다고 생각했다.
좌구산의 산행은 미원면 대덕리 좌구산 마을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초정에서 이티재를 넘거나 미원에서 초정방면으로 향하다보면 도로변에 용곡저수지가 나온다. 용곡저수지 아래쪽에 있는 마을이 용곡리이고, 용곡리 삼거리에서 북동쪽으로 길을 잡는다. 용곡삼거리에서 약 2.5km 정도 달리면 길 왼편으로 언덕에 가족묘가 보이고, 묘지 앞쪽으로 비포장도로가 보인다. 비포장도로를 따라 가면 한남금북정맥을 넘어 증평군 율리로 갈 수 있다. 계속해서 2.5km정도를 더 가면 길옆에 ‘멧돼지정육점’이라는 간판이 달린 컨테이너박스가 보이고, 앞쪽으로 갈림길이 보인다. 갈림길에서 북쪽 계곡의 마을이 대덕리이다. 마을 안쪽에는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다. 대덕리로 들어서면서 왼편으로 조금 들어 앉은 마을이 보이고. 마을 뒤쪽으로 좌구산 정상이 보인다.
마을로 들어서면 길 옆에 몸이 비틀려 자라 있는 노송이 보인다. 폭설로 가지가 상했지만 오래된 보호수로 신성하게 여기고 있다. 노송을 지나 계곡 쪽으로 들어서면 시멘트 다리가 나오는데, 다리를 건너지 않고 둑길을 걷다보면 계곡에 메워진 보가 나타난다. 이쯤에서 계곡을 건너면 배나무 과수원 둑을 따라 산으로 향하는 길이 있다. 처음에는 길을 찾기가 쉽지 않은데, 물줄기를 왼쪽에 두고 숲을 헤집다보면 오래된 숲길을 찾을 수 있다. 계곡을 따라 이어진 숲 길에는 사람이 다닌 자취는 거의 없고, 멧돼지가 헤집은 흔적만이 곳곳에 있다. 잘 뻗은 낙엽송 군락을 비롯해서 다양한 활엽수들도 산행을 즐겁게 해준다. 풀숲에는 으아리, 참취 풀이 곳곳에 군락을 이루고 있고, 대표적인 독초(毒草)로 꼽히는 천남성과 부자도 자주 눈에 보인다.
마을에서 시작하여 1시간쯤 지날 무렵 버려진 숯가마가 나타나면서 길은 풀숲으로 사라진다. 풀숲을 헤치고 계곡을 따라 30여분을 오르면 정상인데, 오른편으로 치고 올라가 능선에 올라서면 사람이 다닌 길이 또렷이 나타나고 정상도 눈앞에 보인다. 대덕리 마을 뒤쪽으로 능선을 따라 올라서는 길도 있다. 능선 길도 숲이 우거져 호젓한 산행을 경험할 수 있는데, 정상까지는 큰 장애물도 없고, 길을 잃을 염려도 없다. 곳곳에 남겨진 멧돼지 배설물만이 신경을 곤두서게 할 뿐이다.
좌구산 정상은 높이에도 불구하고 전망이 시원치 않은데, 정맥을 종주하는 이들이 지나간 자국이 뚜렷하다.
화양리로 내려서려면 정상에서 구녀산 쪽으로 내려선다. 삼거리 돌탑이 서 있는 봉우리에 올라서게 되는데, 돌탑에서 왼편으로 내려가면 삼흥이나 돌밭골로 내려서는 길이고, 돌탑에서 오른편으로 내려서면 구녀산으로 이어진다. 구녀산쪽 능선을 따라 걷다가 왼편 계곡으로 내려서도 삼흥으로 내려설 수 있다. 계곡을 따라 내려서면 낙엽송군락이 눈에 띄는데, 청주시 청원구청에서 오래전에 수종갱신을 한 곳이다. 낙엽송군락지 옆으로 임도가 끊어질 듯 이어지는데, 임도를 따라 내려서면 삼흥에서 증평 율리로 넘어가는 비포장도로와 만나게 된다. 삼흥은 동네가 세 번 일어났다는 뜻이고, 새왕이는 새로 만들어진 동네라는 뜻이다.
새왕이 마을 앞 길가에는 수령이 200년이 넘은 느티나무가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