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홈
커뮤니티
공연리뷰
제목 | 청주시립국악단 제139회 정기연주회 <가을에 물들다> |
---|---|
작성자 | 김예랑 |
내용 |
바야흐로 2년 전, 20살이 되던 해 우연히 청주시립국악단의 공연으로 처음 국악 공연을 접하고 난 후 그 충격을 잊지 못한 채 지금까지 매년 2회 이상의 국악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올해 가을도 어김없이 찾아온 정기연주회에 기쁜 마음으로 티켓을 예매했다. 국악관현악 <태산>을 첫 곡으로 공연의 시작을 열었다. 처음에 피리가 무겁게 등장하고 애절한 소금의 솔로가 관객들을 집중시켰으며, 그다음 대금으로 주선율이 이동하여 단체 합주로까지 이어지는데 아주 웅장하게 선율이 증폭되는 듯한 느낌을 잘 살렸다. 또한, 서양 악기인 콘트라베이스와 거문고의 합주가 낮은 베이스를 풍성하고 고요하게 깔리는 연기처럼 채워주웠다. 두 번째 파트에서, 대금-해금-거문고 순으로 솔로가 이어지며 한순간에 몰입하게 만든 후 태평소가 이를 이어받아 관악기의 소리로 우렁차게 전진하는 느낌이 마치 사극의 OST를 듣는 듯한 감흥을 물씬 일으켰다. 세 번째 파트에서 꽹과리와 타악기 솔로로 분위기를 단숨에 전환시킨 후, 태평소의 솔로가 시작되었는데 이것이 주선율로서 곡의 끝까지 이어졌다. 태평소가 주선율을 이끄는 것이 정말 멋있었는데 그 이유라 한다면, 태평소 소리가 귀에 찔리는 느낌이 전혀 아니었고 단 한 대의 악기만으로 모든 악기들 위에 올라타 단단하게 주선율을 이끌고 나가는 것이 태평소의 새로운 장점으로 보였다. 곡의 끝을 맺을 때에는, 박을 갑작스럽게 느리게 하여 끝까지 신나고 알찬 음악의 느낌을 주었는데 이는 아주 인상적이면서도 효과적이었다. 두 번째 곡은 대금협주곡 <비류>가 이었다. 대금이 계속해서 주선율을 연주하다가 잠시 쉴 때 다른 악기들이 채우는 선율을, 대금이 다시 연주를 시작할 때 반복하며 들어오는 것이 듣기에 편안하고 조화로웠다. 또, 다른 악기 군이 대금이 연주한 선율과 같은 선율을 같은 음으로 각각 연주하며 하나 둘 등장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서로 다른 음역과 음색을 가진 악기들로 같은 선율을 들어보는 경험이 생경하게 다가왔다. 정동민 연주자의 연주를 감상하면서, 대금은 아주 구슬프면서도 화려하고, 새가 마구 지저귀는 듯한 음색을 가진 것 같다고 느꼈으며 특히 솔로 부분에서, 연주가 매우 기교적이고 화려하다는 것과 보는 것만으로도 그 연주가 아주 어려운 것임이 충분하게 느껴졌다. 입술의 위치와 모양, 손 운지법을 달리하면서 음을 지속하다가 끝으로 갈수록 떨어지게 하는 주법과 음을 날리는 듯한 주법 등 처음 보는 새로운 주법들이 많이 보였다. 이 같은 화려한 연주법은 관객들로 하여금 더욱 곡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 곡을 감상하면서, 대금의 음색이 구성지고 구수하면서도 맑고, 생각보다 높은 음역에서 연주할 수 있는 악기임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협연자인 경기 소리꾼 이희문과 조원석, 남경우의 무대가 이어졌다. 드럼과 베이스 기타로 시작을 열었으며, 이희문 소리꾼이 등장하니 일제히 놀라운 반응과 환호가 쏟아졌다. 그 이유는 남성 연주자가 긴 금발에 선글라스를 끼고 검은색의 반짝이는 슈트 상의와 스타킹에 짧은 바지, 부츠 하이힐을 신고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는 대중음악 공연에서 주로 보아왔던 연주자의 모습으로, 국악 공연에서 이 같은 광경을 본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이희문 연주자를 통해 색다른 도전을 망설이지 않고, 사람들의 시선에 구애받고 정형화된 방법으로만 향하는 것이 아닌 기존과는 다른 나만의 시도에 발을 디뎠을 때 그런 모습에 비친 자신감과 용기가 외려 사람들의 박수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깨달았다. 이희문 연주자는 이번 공연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호불호를 떠나 그는 그날 객석을 채운 모든 관객들에게 아주 큰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인물임은 틀림없었다. 공연이 막을 내린 후, 언제나처럼 꽉 찬 마음을 안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가까운 거리에서 손쉽게 양질의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는 것은 이토록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벌써 다음 연주회가 기다려진다. |
파일 |
이전글 | 청주시립국악단 제 139회 정기연주회 < 가을에 물들다> 감상 후기 |
---|---|
다음글 | 2024.10.11 청주시립국악단 기획연주회 <젊은 예인> 후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