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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나무 '당산목'의 전설이야기

버드나무 '당산목'의 전설이야기

늦은 봄 연녹색이던 숲이 점차 진녹색으로 변해가는 싱그러운 초여름의 산과 들은 언제 보아도 참으로 아름답다. 모름지기 이런 대자연의 정취를 빠져봐야 사람사는 맛이 난다. 또 사람들은 자연속의 나무를 신성하게 바라보고 이야기하고 귀 기울인다. 그러다 보면 삶의 진리도 더 빨리 터득할 수 있게 된다. 답답한 것은 세상 만물이 나름대로 소리와 몸짓으로 자기를 표현하는데도, 그것과 더불어사는 우리는 잘 알아듣지 못한다는 것이다.

충북 청주시 가덕면 병암리에는, 하마터면 죽을 뻔 했던500년 쯤 된 다섯그루의 버드나무 당산목이 있다. 마을앞 2차선 도로를 4차선으로 확장하면서 이 버드나무가 있는 곳으로 도로가 지나가야 했다. 경제적 논리로만 따진다면 당연히 버드나무 당산목은 제거되어야 했고 설계 역시 그렇게 되어 있었다. 병암리 사람들은 버드나무가 사라지는게 너무 안타까워서 방송국으로, 신문사로 쫓아다니며 당산목 구명운동에 나섰다. 하지만 당산목을 피해 길을 만들 경우 추가로 소요되는 예산이 너무 많아서 어쩔 수 없이 베어질 운명에 처하게 되었다.

그래도 병암리 주민들은 당산목 살리기 운동을 멈추지 않았다. 이 당산목은 오랜 전설을 간직한 그들의 정신적 지주였기 때문이다. 지금으로부터500여년 전, 달이 밝은 밤만 되면 마을앞 개울가 넓은 평바위에서 소복을 입은 젊은 여인이 마을을 바라보고 긴 머리를 하염없이 빗어 내렸다고 한다. 그후부터 병암리 마을에선 특별한 까닭도 없이 젊은이가 해마다 한 사람씩 죽어갔다. 큰 걱정 속에 있던 마을 사람들이 어느 고명한 스님을 찾아가 그 사연을 알리고 처방을 물으니, 마을 앞에 버드나무를 심어 개울 건너편의 평바위를 보이지 않게 하면 된다고 하였다. 그때부터 마을 사람들이 버드나무를 심게 되었으며, 마을은 다시 평안을 되찾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이렇듯 마을 사람들에게 버드나무는 단순한 나무 이상의 정신적 지주였다. 마을 주민들의 열성적인 노력은 많은 사람의 입을 통해 전해지면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충북대학교 산림자원학과 김홍은 교수 역시 이런 사연을 전해들은 사람 중의 하나. 김교수는 단순한 경제적 논리에서 벗어나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소중한 환경과 따스함과 정신적 분야까지 고려하여 더 멋지고 아름다운 버드나무숲이 있는 도로 공원을 만들 것을 이곳 저곳을 통해 강력하게 제안했다. 급기야 이 소식을 접하게 된 이원종 충북지사가 현장을 방문하게 되었고 결국 완전히 설계가 끝나 시공 중에 있는 도로 건설을 철회하고 버드나무당산목이 있는 아름다운 도로 공원을 만들게 된 것이다.

예로부터 상서로운 기운이 있는 당산목을 상하게 하거나 베어 버리면 급살(急煞)을 맞고, 정성껏 살피게 되면 복을 받는다고 했다. 500백년 긴 세월동안 병암리 마을을 지켜왔던 버드나무 당산목이 사람들의 어리석음에 운명을 달리할 큰 시련을 겪었으니 이제는 더 많은 세월동안 이 마을뿐만 아니라 이곳을 지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더 큰 행운과 평안을 안겨 주리라믿는다.

* 출처 :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