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서기 1000년, 세계중심은 유럽이 아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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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는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유럽과 미국이 세계의 전부인 것처럼 생각 하곤 한다. 이런 현재적인 경험과 기억은 곧잘 과거에도 그랬을 것이라는 착각 까지 낳는다. 미국이야 그 역사가 200년을 갓 지났으니 고려 대상이 아니라고 해도, 지금으 로부터 역사를 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을 때 당시 세계사에서 유럽이 차지 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일까?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 프란츠-요제프 브뤽게마이어 교수를 비롯해 독일의 문 화사, 중세사, 인류학, 지역사 전문가 9명은 지난 2000년 시계추를 거꾸로 돌 려 「서기 1000년의 세계」(이마고刊)를 조망하는 기획을 실행했다. 그 결과 유럽은 다른 지역 문화권에 견줄 때 그 위상이 급격히 추락, 중심은커 녕 '변방'의 지위밖에 차지하지 못한다. 이 무렵 세계의 중심은 중국문화권과 이슬람문화권 양대 축이 번영을 거듭하 고 있었고, 거기에 더해 인도와 중앙아메리카 등지에서도 각각의 문명을 꽃피 우고 있었다. 반면 당시 유럽은 '암흑의 시대'(Dark Age)라는 수식어가 말해 주듯 인근 비 잔틴문화와 비교해도 그 수준이 떨어졌다. 예컨대 우리에게는 너무 잘 알려진 얘기지만, 유럽보다 훨씬 이전에 금속활자 가 동아시아에서 발견되고 성행하고 있었으며, 대항해 시대 이전에 이슬람 상 인들은 이미 아프리카 교역로를 텄다. 또 북아프리카 베닌 왕국에서는 만리장성보다 길다는 성벽을 쌓았으며, 콜롬 부스 이전에 바이킹은 이미 아메리카로 항로를 개척했다. 결국 서기 1000년이라는 특정 시점을 중심으로 다시 세계사를 조망하고자 한 「서기 1000년의 세계」 저자들은 서구 중심으로 획일화돼가고 있는 20세기와 는 달리,당시는 여러 문화가 고유의 양식과 한계를 지키면서 발전하고 공존한 세계였다고 진단한다. 우리 스스로가 어느 새 함몰돼버린 서구 중심 역사를 다시금 반추하게 한다. 김태식 기자 taeshik@yna.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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