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고대史 비밀’ 목간으로 푼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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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출토 木簡 집대성 ‘도록’ 출간 지금까지 국내에서 출토된 목간(木簡)을 집대성한 도록이 발간됐다. 국립창원 문화재연구소(소장 김선태)는 1975년 경주 안압지에서 처음 수습된 고대 목간 을 시작으로 지난 30년간 전국 각지에서 발굴된 목간유물 거의 모두를 망라한 ‘한국의 고대목간’을 27일 출간했다. 창원문화재연구소는 지난 91년부터 9차례 에 걸쳐 실시한 함안 성산산성 발굴조사과정에서 6세기 대 목간 116점을 수습 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도록을 준비했다. 따라서 도록에는 국내 최대(最大)· 최고(最古)의 목간 출토지로 주목받고 있는 함안 성산산성을 필두로, 경주와 부여, 김해, 익산 등지의 12개 유적에서 출토된 총 319점의 목간이 수록돼 있 다. ◈목간이란 무엇인가〓목간은 문자를 기록하기 위해 목재를 다듬어 세장형(細 長形·길다랗고 폭이 좁은 모양)으로 만든 나무판을 말한다. 종이가 보편화되기 전에 고대 동아시아 사회에서 널리 사용된 기록유물 중 하나다. 한국 고대 목간의 경우 대체적으로 길이 23㎝, 폭 2~3㎝, 두께 0.5㎝ 내외의 형 태를 하고 있다. 나무에 붓글씨를 처음 쓰기 시작한 중국에서 부르는 목간 또 는 ‘간독(簡牘)’이란 용어는 대나무를 재료로 한 ‘죽간(竹簡)’과 대나무 외에 버 드나무 등을 이용한 ‘목독(木牘)’을 통칭하는 말이다. 후한시대 채륜이 종이의 품질을 개선해 널리 보급하기 전 중국 춘추전국시대 일반적인 책의 형태는 묵 서가 기록된 세장형의 대나무판을 끈으로 연결시킨 형태였다. 공자가 가죽 끈 이 닳아 끊어질 정도로 책을 많이 읽었다는 ‘논어(論語)’의 기록은 이같은 조건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중국과 달리 한국과 일본에선 죽간이 거의 쓰이지 않았다. 일본에선 죽 간의 출토 예가 하나도 없으며 국내에서도 42년 경주 황복사지 3층 석탑의 사 리장치에서 발견된 불경을 기록했을 것으로 보이는 죽간(현재 전하지 않음)이 거의 유일한 사례다. 대신 한국에선 소나무가, 일본에선 삼나무가 주로 목간재 료로 이용됐다. 윤선태 한신대 학술원 연구교수는 “중국에서 춘추전국시대 이전에 시작된 나 무에 기록하는 방식이 기원전 1세기 쯤에는 한반도 남단까지 퍼졌고, 늦어도 7 세기에는 일본에 전파됐다”고 설명한다. 문헌이 부족한 고대사 연구에서 당시 의 생생한 자료인 목간의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지만 40여만점의 간독이 발 굴된 중국이나 30여만점의 목간이 출토된 일본에 비해 우리는 수습된 목간이 극히 미미한 수준이며 이를 이용한 연구도 초보적인 수준이다. ◈국내 최초 목간 도록 발간의 의의〓최근까지 학계에 보고된 목간은 12개 유 적에서 출토된 148점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번 도록에는 발굴은 됐지만 아직 보고되지 않은 신규자료 171점을 포함해 국내 출토 목간 하나하나의 원색사진 과 적외선사진, 묵서 확대사진이 세트로 실려 있다. 규격이 큰 목간을 제외하 곤 도판이 실물크기로 편집돼 있으며 지난 2002년 성산산성 출토 목간은 실측 도면도 수록됐다. 총 319점의 목간 중 신라목간은 7개 유적(함안 성산산성, 하 남 이성산성, 김해 봉황동유적, 경주 안압지·월성해자·황남동 376번지 유적·국 립경주박물관 미술관부지 및 연결통로부지내 유적)에서 출토된 282점, 백제목 간은 5개 유적(부여 관북리유적·능산리사지·궁남지·쌍북리유적, 익산 미륵사 지)에서 수습된 37점이다. 이중 묵서(墨書·붓글씨)가 발견된 목간은 239점이었 으며, 다시 앞·뒷면 또는 4면에 묵서가 쓰인 목간까지 감안하면 총 384개면에 서 묵서가 확인됐다. 특히 안압지의 경우 적외선 사진 촬영결과 종래에 묵서가 없는 것으로 간주했던 46점의 목간에서 새로이 글자 혹은 붓글씨 흔적이 발견 됐다. 국립중앙박물관 역사부의 이용현 학예연구사는 “그동안 연구자들도 구하기 어 려웠던 국내 출토 목간자료가 거의 모두 공개돼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며 “특히 경주 월성해자와 부여 관북리 출토 목간은 대부분 이번에 처음 공개 되는 자료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도판과 함께 함안 성산산성 출토 목간을 중심으로 한·중·일 동아시아 3국의 목간을 고찰한 논문 7편과 묵서의 판독문 비 교 일람표도 수록돼 있다. 아직 보고서가 나오지 않은 신규자료들의 경우 판독 문이 실려 있지 않는 것 등은 아쉬움으로 남지만 이번 도록이 국내 목간 연구 의 수준을 한단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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